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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빠 스토리

아이에게 유튜브 보여주지 않기 (2일차)

 - 자연을 돌아보라 -

(부제 : 그러고도 40분)


 아침에 일어난 큰 딸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징징댄다. 긴 연휴로 어린이집을 안가고 엄마, 아빠랑 같이 지낸 시간이 좋았는지, 오늘은 가기가 싫다 한다. 평소엔 "오늘 어린이집 가지마'" 라고 말해도 "갈거야" 라고 말하던 딸인데 오늘은 가기 싫다고 울고 옷도 입지 않는다. 그래도 겨우 아내가 설득해서 큰 딸을 어린이집으로 보냈다. 

 아내의 말로는 새로 산 잠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걸 벗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뭔가 귀엽고, 어린 아이들의 머리 속은 정말 재밌다.




 오후가 되어 큰 딸 서윤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았다. 아내와 둘째 딸 아윤이와 함께 산책을 갔다. 햇빛은 따뜻한데, 바람이이 유난히 강하게 불었다. 이제 4개월 가량 된 둘째 딸이 너무 추울 것 같아서 집에 들어가자고 해도, 큰 딸은 놀이터를 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놀이터는 가지 않고, 아파트 내에 있는 마트에 잠간 들러서 과자를 하나 사줬다. 그리고 다시 놀이터 가고 싶다는 큰 딸,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아파트 뒷쪽으로 산책을 했다. 큰 아파트 건물들이 바람을 막아줘서, 산책하는 길은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았다. 따스한 햇빛만이 우리 가족 4명을 비춰줬다. 미리 집에서 가져나온 킥보드를 큰 딸은 신나게 탄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큰 딸의 목소리만이 크게 울렸다. 지나가다 길 옆을 보니 민들레가 피었다. 민들레 홀씨가 있어서 큰 딸에게 후~하고 불었다. 본인도 해보고 싶다고 알려주라고 한다. 길 옆에는 평소 몰랐던 민들레 홀씨들이 줄줄이 서있었다. 민들레 홀씨를 따서 아이는 입으로 후~하~ 하고 불었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과 함께 날라갔다. 재밌는지 큰 딸은 킥보드도 팽개치고 민들레 홀씨만 찾아 다닌다. 민들레 홀씨를 부는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본다. 바람과 민들레 홀씨, 아이가 만드는 멋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조금 더 지나가니 운동기구가 보인다. 큰 딸과 함께 하나씩 운동기구를 해본다. 혼자서 해보겠다고 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렇게 운동까지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 했다. 큰 딸은 가기 싫은 눈치다. 아이에게 킥보드를 타고 달리기를 하자고 하니 "알겠어"라고 하면서 바로 킥보드를 타고 달린다. 뒤에서 '서윤이 잡는다'라고 하면서 뛰어가니 꺄르르 웃으면서 도망간다. 


 어느덧 집 근처까지 왔다. 집 앞에는 봄바람이라기 보다는 초겨울의 강풍이 불고 있었다. 큰 딸은 집 앞에 있는 놀이터로 가자고 떼를 쓴다. 아내와 둘째 딸은 바람을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갔고, 나와 큰 딸은 다시 40분 가량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세상엔 즐거움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들레 홀씨를 입으로 불면서 날아가는 모습, 초록으로 뒤덮인 수풀을 보는 것은 주변의 자연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어쨋든 2일차도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