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빠 스토리

아빠의 육아휴직, 그리고 고민

아빠의 육아휴직, 그리고 고민


 오늘로서 육아휴직 3일차다. 5월 30일까지는 남은 연차를 사용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크게 우려되는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고, 다른 하나는 자격지심과 미안함이다.

 

 먼저 경제적인 문제이다. 나와 와이프는 맞벌이를 한다. 맞벌이를 하다가 아무래도 1명의 소득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나가는 고정비용은 정해져있다. 아파트 대출에 대한 이자, 식비, 공과금, 경조사비외에 돈 쓸 일은 많은데 수입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철심제거 수술을 하면서, 수술 비용도 더해졌다.


 육아휴직을 하면 휴직수당이 나온다고 하지만 그 돈은 절대적으로 한 가정이 1달을 먹고 지내기엔 부족한 돈이다. 주말마다 차를 타고 여행을 가던 것도 줄어들었다. 거기다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말하고 난 뒤에 와이프가 둘째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말은 즉, 병원비 등 앞으로 지출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가장으로 살아가면서 하나의 가정을 책임지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이 예전에 다른 가족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말을 했을 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을 사용한다. 그런데 지출>수입인 형태다. 그러다보니 내가 먹는 것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외식을 하는 횟수, 야식을 먹는 횟수도 줄었다. 그리고 딱히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딸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은 사주고 싶은게 아빠 마음이다. 나의 지출을 줄이고, 딸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은 사주자는 형태로 바뀌었다. 

 

 많은 대한민국의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지만,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일 것이다.


 두번째, 자격지심과 미안함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말자라고 생각하지만, 안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빠들이 주위에 많지 않다. 와이프에게 "다른 엄마들이랑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육아휴직 사용했다고 말했어?" 라고 물어보니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 "좋겠다."라고 하던데 와이프는 말한다.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선생님들과 인사를 한다. 자격지심일지 모르지만 아빠가 집에서 일을 하지 않고 쉰다면 곱지 않은 시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찾아서 놀이터에 가면 아빠와 노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는 다른 사람들은 "저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지? 맨날 노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걱정이 앞선다.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말고, 나의 길을 가자고 생각은 하는데 행동이 쉽지 않다. 그걸 이기고, 아이와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문제를 알고 있으니,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안함이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다.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하고, 요즘 입덫으로 고생한다. 매일 1시간씩 걸리는 출퇴근을 한다. 경제적으로 1명이라도 벌어야 된다는 가장의 몫을 하게 되었다. 힘들게 다녀온 와이프에게 미안하다. 와이프도 얼마나 쉬고 싶을까, 더 잠을 자고 싶을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미안하지 않기 위해 맛있는 음식, 집안 청소, 빨래도 내가 많이 하려고 한다. 그래도 미안하다. 한국에서 가장의 몫을 연약하고, 둘째를 가진 와이프가 감당하기엔 힘들지 않을까.


 아빠로 육아휴직이라는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도 했다.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가족과 보내지 못한 소중한 시간을 더 많이 쌓는게 육아휴직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육아빠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휴직 급여신청 방법  (0) 2017.06.23
오늘은 뭐하고 놀지?  (0) 2017.06.13
아이가 먹기 좋은 간식이란?  (0) 2017.05.23
'밥과 요구르트, 요구르트가 더 좋아.'  (0) 2017.05.18
3살 딸의 습관  (0) 2017.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