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
연휴가 시작되었다. 나는 어제 장인어른의 생신 때문에 와이프와 함께 장인어른, 장모님이 계신 전주로 내려왔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와이프가 말한다. "아빠한테는 말 안했어, 그러니까 모른척해." 내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을 모른척 하라고 한다. 괜히 걱정을 더 하신다고 아닌 척하라고 한다. 장모님한테만 말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를 살면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도움이 되는게 타인에게 비쳐지는 모습이다. 나는 한 가족의 아버지, 아들, 남편, 사위, 삼촌, 이모부 등 많은 사회적 이름이 있다.
육아휴직을 했다는 결정했다는 것이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에게는 걱정이다. 요즘 취업도 힘들고,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건 아닌지...
3살 딸은 커가고 점점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그 분들에게 걱정을 하나 더 드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걱정을 남에게 주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오히려 내 걱정과 불안감을 그 분들에게 배가 되게 드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걱정을 하고, 우려를 한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