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
대퇴부 골절 철심제거 수술, 이틀째 되어 아침밥을 먹는다. 밥은 몇 숟가락 들어가지 않는다. 속은 더부룩하고, 아직도 허리는 아프다.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화장실을 가는 거리 정도만 움직인다. 눕거나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TV를 본다. 평소에 모르던 TV프로그램들이 많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오고 퇴사를 앞둔 회사 후배 동료가 병문안을 왔다.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 퇴사 후 앞으로 살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또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든다.
수술 후 3일, 금요일이다. 조금 움직임은 나아졌지만, 팔에 꽂힌 주사 바늘과 줄들이 아직도 병원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와이프와 아내가 왔다. 내일은 퇴원해서 주말은 집에서 보내자고 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퇴원을 했다. 주사바늘을 빼고, 옷을 입었다. 주사바늘만 빼도 움직이는게 훨씬 수월했다. 정말 편하고, 건강할 때는 현재 건강한게 중요한지를 모른다는 말이 새삼 실감났다.
퇴원 수속과 약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집으로 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바지를 벗고 거울을 봤는데 허벅지에 '피멍' 자국이 선명했다. 일전에 철심제거 수술 영상이라고 봤는데 거기에선 철심을 빼기 위해 망치로 두드리면서 뺐다. 나도 그렇게 수술을 했나보다 상상을 했다. 마취를 해서 아픈지 몰랐고, 병원 침대에 누웠을 때는 뒷쪽까지 보지 못했다.
큰 수술을 2번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다치지 않는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면서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지나고 나면 또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리가 부러졌을 때 정말 아픈 기억이고, 수술할 때도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때의 그 감정을 다시 느끼지는 못한다. '힘듬'과 '고통'이 나를 찾아오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이기고, 잊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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