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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야기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직장인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직장인'


다양한 SNS 서비스들로 연결의 세상이 되었다.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든 이야기할 수 있다. 경영진들에겐 사무실에서 앉아 현장의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반대로 직장인은 어디서든 일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휴일에도,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만 만지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회사는 스마트 오피스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자사가 개발한 앱을 설치하고, 태블릿 등을 나눠준다.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겠다고 말한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멘트이다.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추기 위해,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렇다. 이 시대의 경영 패러다임은 실시간이고 소통이다. 그 패러다임에서 어긋나면 모난 직장인,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직장인이 된다. 그렇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정말 잘 들을 수 있게 된 걸까?

 

 경영진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왜곡과 감시를 만들게 되었다. 사생활에서 SNS 활동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렇지만 이게 회사와 엮이게 되면 차이가 생기게 된다. 바로 권력에 의한 힘의 논리이다. 왜곡과 감시는 시작된다.

 

다음 사진을 보라.



 [1968 2월 촬영한 베트남 즉결 처형, AP 통식 소속 에디 애덤스 촬영]

 

위 사진을 보면 군인이 일반 시민을 즉결처형 하는 모습 같다. 이 사진을 찍은 에디 애덤스는 AP통신으로 사진을 보냈고, 미국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분노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이렇다. 즉결처형을 당하는 사람은 민간인을 학살한 베트콩 장군이다. 실제 내용을 알지도 못한 미국 사람들의 전쟁에 대한 반향이 컸다. 사실과 다른 설명 없이 찍힌 사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왜곡해서 이해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SNS를 통해 업무를 하면 진실이 왜곡되기 쉽다. 이미 한 번 올라간 내용을 많은 사람이 보고 나면 그 이후에 진실을 알더라도 두려움에 말하기 어렵다. 얼굴을 보지 않고, 너무나 쉽게 평가를 내린다는 것을 알기에 두렵다.

 

 소통을 통한 업무 공간은 직장인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주말에도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예전에 전화만 있던 시절에는 전화를 해야 하지만, 이제는 그냥 카카오톡으로 몇 글자만 쓰면 된다. 너무 손쉽게 일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구분 없는 일터는 개인의 삶과 직장인의 삶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또한 언제든 감시의 틀이 되어 버렸다. 지금 어디인지 사진 올려봐라는 회사도 있다. 실제로 유통업체를 순회하는 많은 판촉사원들은 지금 위치를 GPS를 통해 알려준다. 또한 사진을 통해 일을 하고 있는지 안하는지 전후 사진을 올리라고 한다.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지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우리는 참을성이 없어졌다. 개선된 사진을 바로 보지 않으면 불안하다. 경영진의 입장에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일을 볼 수 있을게 정말 좋은 걸까?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발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정말 좋다.

 

 그런데 그것은 명분일 뿐,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도구가 하나 생긴 것뿐이다. 경영진들은 직원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수단을 사용한다. 신뢰가 없는 회사는 이런 SNS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악순환이다. 실시간으로 보여 달라고 하니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바로 달려올 듯 화를 낸다. SNS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 왜 이런걸 올려서 문제를 크게 만드나 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각 팀들은 자신들의 팀이 잘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못하고 있는 걸 들춰내서 문제를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 팀장들은 사내 정치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평판이 좋아야 하는데, 안 좋은 것은 반갑지 않다.

 

 안 좋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경영진들은 만족스럽다. 문제없이 만족스러운 모습만 직원들이 보여주고 잘된 것, 예쁜 것만이 최고가 된다.

 좋은 것만 보이면 어떻게 될까? 문제가 사라진 걸까? 그건 아니다. 숨긴 문제는 언젠가는 곪아 터지게 된다.

 왜곡된 진실과 감시가 진짜를 믿고 살아야 하는 직장인의 삶이 서글프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양치기 직장인이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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