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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야기

틀 안에 머무른 생각

'틀 안에 머무른 생각' 


우리나라의 법은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 가능한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은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을 표현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이다.

 

 회사 규정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규정은 열거주의다. 회사 규정에 표현되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비용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표현한다. 비용을 사용해야 하는 곳이 표시되지 않았는데, 사용한 것은 규정 위반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규정이라는 것이 모호하고, 전부 다 표현할 수 없기에 규정의 틀 안에 갇혀서 행동을 구속하게 된다.

 

 회사에 이익이 되는 일이 있다. 그런데 회사의 규정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것은 금지되어야 하는 걸까?

예를 들어 회사와 거래하고 싶은 거래처가 있다. 그런데 거래처의 채널과 특수성이 규정에 없으면 거래할 수 없다. 회사의 제품을 받아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 회사 매출에 기여하는 일이지만, 규정위반이다.



 

 물론 규정에 어긋나지만 승인 받기 위해 기안문이나 품의서를 작성해서 보고하라 한다. 그런데 이게 너무 복잡하다. 규정에 없는 내용이니, 설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붙임 자료의 양은 어마어마해진다. 결국엔 회사에 이익이 되지만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또 같은 일이 발생하면 그 땐 모른척하고 지나친다.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에 득이 되는 상황이지만, 행동하지 못한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규정은 일을 쉽게, 그리고 상황에 맞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인들에게 갇힌 사고를 요구한다.

 

 규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회사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규정이다. 그런데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갇힌 사고를 만든다. 규정은 체계적이고, 회사에게 맞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변화와 신속성의 시대에 겉으로만 혁신을 외치는 회사들이 많다. 내부의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혁신을 외치는 것은자동차에 항공기 엔진을 단 것과 같다.’ 항공기 엔진을 달았다면, 그에 맞게 내부 시스템도 엔진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 내부 시스템은 무엇일까? 공감과 열린 생각을 받아 들이는 문화다. 목표와 회사를 위해 이득이 된다면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공감과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간혹 다른 부서의 팀장끼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본다. 이 부서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붙임 자료나 증빙서류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다른 부서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결론 없이 미뤄진다. 누구도 책임지기 싫어하고, 무질서한 상황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장인들, 타 부서와 하나의 공감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회사가 하나를 만드는 공감이 있다면 직장인들이 일을 추진하기 더 수월할 것이다. 동료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감이 있는 일터는 직장인들이 원하는 일터이다.

 

 규정이라는 틀에 갇혀 사고의 방식과 방법까지 좁아졌다. 생각의 폭과 깊이를 정하지 않은 아이들의 대답은 가끔 나를 놀라게 만든다. 물론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안 된다. 그렇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직장인의 경쟁력은 자유분방한 사고와 타인과의 공감이다.


 규정이라는 틀에 얽매여서 오늘도 그 안에서만 머무르길 원하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