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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빠 스토리

더 이상 나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D-19


 어제 나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13.03.05 이후 약 4년 1개월만에 다니던 직장에 육아휴직 할거라고 말했다.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나태해지는 않을지 걱정과 고민이 먼저 나온다.

 한편으로는 작년부터 1년 반정도 이어져오던 매일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난다는 것에 기쁨도 온다.




 16년 말 그대로 지옥같은 상사를 만나서 온갖 욕설과 말도 안되는 일들을 시켰다. 그리고 리더라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면 안되는가를 이 사람을 보면서 느꼈다. 자신의 감정에 앞선 결정, 일관성 없는 내용과 행동들이 얼마나 나를 비롯해서 직원들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느꼈다.


 같이 일하던 동료 과장님은 고혈압으로 쓰러지고, 주말에 나오는 일이 반복이던 후배들을 보고, 나의 비겁한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어제 잠시 피한다고 욕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나의 인생에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1년간의 육아휴직, 육아휴직이나 퇴사를 해야겠다고 만날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집에서 자고 있는 두 돌된 딸의 모습을 봤다. 2년 밖에 안되었는데 왜 이렇게 컸는지...예전에 미처 몰랐던 것을 본 느낌이었다.

 목도 못 가누고, 일어서지도 못하던 애가 이제는 달리기를 하고,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나를 끌고 간다.

 두 눈으로 이 시간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 이제는 많이 남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어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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